[천자칼럼] 공무원의 주말

입력 2023-07-18 17:45   수정 2023-07-19 00:28

2020년 5월의 어느 토요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공무원들이 주말에 근무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지금 근무 중”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주말 근무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았다. “교정, 보호, 관세, 출입국 등 주말이라는 게 딱히 없는 공무원들 엄청 많다” “시설 쪽이라 야간이라도 문제 생기면 뛰쳐나가는데…새벽에 2~3시까지 작업하고 정시 출근하는 직원도 많다”고 했다. 금요일 퇴근 직전에 업무 지시를 받고 휴일에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행정·입법·사법부 등을 망라한 한국의 전체 공무원은 117만3000여 명. 분야와 업무가 다양해서 공무원 생활을 한마디로 규정하긴 어렵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은 최대 장점이다. 기업에 비해 봉급이 적은데도 ‘공시생 열풍’이 오래 지속한 이유다. 하지만 일과 삶의 조화를 지향하는 ‘워라밸’ 트렌드와 함께 공시생 열풍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2.8 대 1로 가장 높았던 2011년(93.3 대 1)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무원도 직장인인 만큼 워라밸 추구를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잦은 초과근무, 주말 당직과 각종 행사 동원, 태풍·폭설·호우 등 경보 발령 시 비상근무 등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헌법 7조가 규정한 대로 공무원은 ‘국가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일 젊은 공무원들의 주 4일 근무제 도입 요청에 “거, 퇴직하세요”라고 단호히 거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랬던 홍 시장의 주말 골프가 논란이다. 폭우로 전국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한 15일 오전 골프를 쳤다는 것인데 이날 경북에선 예천 산사태 등으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홍 시장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에 대해 “나는 잘못한 게 없다”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 “나는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라고도 했다. 수해로 신음하고 있는 다른 지역 국민의 고통에는 관심 없다는 것인지, 실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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